여행의 이유_ 밑줄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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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. 생각해 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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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떤 인간이 스스로에게 고통을 부과하는데 그 고통이 자신을 파괴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한다. 그때 경험하는 안도감이 너무나도 달콤하기 때문인데 그 달콤함을 얻으려면 고통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.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나도 잘 알고 있다. 하지만 내 안에 프로그램은 어서 이 편안한 집을 떠나 그 고생을 다시 겪으라고 부추기는 것이다. 그래서 나는 어디로든 떠나게 되고 그 여정에서 내가 최초로 맛보게 되는 달콤한 순간은 바로 예약된 호텔에 문을 들어설 때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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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억이 수거된 작은 호텔 방에 순백색 시트 위에 누워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. 그 때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서 에너지가 조금씩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 될 때 그게 단지 기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. - 68p

by 마고 | 2019/07/29 17:45 | 所感:words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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